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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악구 강남아파트(2016)

꽉 막힌 도시의 좁은 대지 위에 남겨진 건물들은 시간을 인내하고 인정한 체 순응하며 서 있었다. 사라지고 없어질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파편을 옮겨가며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보려고 했지만 서로 더 좋은 곳으로 보내주지 않으려 복잡하게 얽힌 철근들 사이로 서로를 끌어안았다. 형태는 있으나 지극히 반복적인 건물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 체 그 자리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서 있었다.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본질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소모되고 마침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건물의 단면을 마주하고 나서야 기꺼이 다음을 위한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했다. 누군가의 집이었을 이 건물이 탄생하고 유지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정작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줄만 알았지 태어났을 때부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.

 © 2020. 팔건축사사무소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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